세븐나이츠2와 아재의 냄새
- Blah Blah
- 2020. 12. 6.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자랑하고 있고 한국에서 파생한 특이한 문화인 PC방도 있으며 가장 게임을 잘하는 민족이기도 하다.
그런데 게임 만드는 수준은 이 한국의 욕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한때 게임개발을 전공했었고 실제로 게임개발을 했던 관련자로 이번에 세븐나이츠2를 하면서 이 더러운 감정을 여기에 끄적끄적 적고자 포스팅을 한다.
한국모델형 게임모델의 시작 리니지
스타크래프트(Starcraft)가 전국을 강타하고 디아블로(Diable) 2가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들일 때 한국의 중소업체가 만든 만화책 기반의 한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IMF로 전국에 엄청난 실업자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할일 없이 PC방에 출근하던 평상시 컴퓨터를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이 아재들은 마우스로 딸그락 딸그락만 할 수 있는 이 게임에 열광하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사실 컴퓨터를 어느정도 사용해본 사람들이 잘하는 게임이었다. 키보드를 다다다다 치면서 마치 건담의 뉴타입으로 빙의하듯 신들린 컴퓨터 컨트롤하는 모습에 아재들은 "나는 저런거 못해 다른 게임이나 해야지"라는 말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한게임 맞고나 리니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겜알못이었던 아재들이 몰리면서 리니지는 특이한 문화인 "아데나=현실돈"이라는 개념이 온라인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리니지에서 100아데나(리니지의 화폐)를 줍게 되면 진짜 현실에서 100원에 거래되는 웃긴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자금이 있었던 아재들은 게임을 하는 노동을 현실의 시간으로 결부시켰고, 내가 PC방에서 한시간 동안 해서 2000아데나밖에 못모으니 그냥 2000원으로 2000아데나 사고만다라는 개념을 결합시키면서 리니지는 진정한 프로게이머장(돈을 버니깐)이 되어 버렸다.
당시 대학생이던 필자 역시 마법사로 아데나를 벌어서 돈을 벌기도 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당 2000원이던 시급이 리니지로 5천원이상 벌어댔으니 누가 아르바이트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한시간동안 마치 스타크래프트 1:1 래더 게임을 하는 듯한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긴 하였다.
이렇게 엄청난 성공과 회사에 부를 안겨준 리니지는 일명 한국형 모델이 되면서 "강화"라는 개념과 아이템을 자유롭게 거래하며 게임 시장이 엄청나게 활성화되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모바일에서 또 한번 성공한 리니지2 레볼루션
한국형 게임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온갖 대규모 MMORPG들이 나왔지만 실패를 하는 한국 게임시장의 겨울이 찾아온다. 이때 NCSoft는 우리는 쓰레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양한 게임들이 나왔으나 아직도 기억하는 2000년대 중반, 회사는 중학생 해커한테 해킹을 털려서 공지사항에 다음과 같은 욕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몇분동안 노출시키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Nimi Cipal 소프트입니다. 이 회사는 중학생인 저한테 털렸어요.... Blah Blah...
이 굴욕적인 사건 실시간으로 목격한 필자는 이후 나는 진짜 우리나라 게임업체 수준을 비웃었고 이후 와우(World of Warcraft)가 나온 후 국내 게임은 캐쥬얼 게임(ex: 카트라이더)에도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잊혀진 게임 모델이 모바일에서 꿈틀대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넷마블에서 개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리니지를 좋아하던 아재들은 모바일로 몰리게 되었고, 넷마블은 이 게임을 통해서 단기간에 역대급 돈을 벌며 엄청나게 큰 위상을 자랑하게 된다.
넷마블은 이 게임으로 런칭 후 생각지도 못한 인기에 개발에 참여한 개발진들에게 보너스를 1억씩 줬다는 것은 이젠 유명한 사건이 될 정도(물론 그만큼 엄청나게 굴리고 있는 것도 FACT)이다. NC소프트는 자사의 IP로 큰 돈을 번 넷마블을 보면서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게임들을 모바일로 내놓게 되고 또다시 예전의 악몽을 재현시키고 있다.
희망을 보았었던 세븐나이츠 1
나는 세븐나이츠를 처음했던 때를 기억한다. 당시 나온지 얼마 안되던 시기 양산형 게임과 다르게 세븐나이츠를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은 개발진들이 "우리는 현질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착한 운영으로 칭찬도 받고 웰메이드 게임으로 크게 주목을 받게 시작했다.
필자는 세븐나이츠에 빠져서 회사 사람들과 길드를 만들기도 하였는데 게임을 싫어하던 사람들도 세븐나이츠는 열심히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추후 세븐나이츠도 막장 운영으로 엄청난 욕을 먹지만 나온 지 1~2년까지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당시 유명한 IP게임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세븐나이츠가2로 나타난다고 하였을 때 필자는 몇년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던 폰에 예약 설치를 하였고, 최근에 게임을 시작하였다.
돈에 미친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1은 사실 일본형 RPG가 많이 떠올랐던 게임이다. 캐릭터의 디자인, 그리고 스토리 등등 현재 게임개발에 중진이 된 위치라면 사실 미국형 게임보다는 일본형 게임인 파이널판타지, 로맨싱 사가, 드래곤 퀘스트등과 같이 일본의 전성기 시절의 게임을 체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그 시절 게임덕후가 만든 게임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리고 세븐나이츠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필자의 생각) 일본으로 가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일본에 가서 현지화를 하고 수많은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일곱개의 대죄, 블리치 등등)과 콜라보를 하며 천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고 한국에서는 일본이 본섭이다라고 할 정도로 일본의 현지화를 부러워 할 정도였다.
이렇듯 게임성과 돈 모두를 얻은 세븐나이츠1에 비해 세븐나이츠2를 한 소감은 "게임 덕후가 만든 세븐나이츠1을 탐탁지 않은 돈에 미친 아재 기획진과 경영진이 한국형 RPG로 전환하며 돈의 가능성을 모조리 뽑아낸 결과물"이라 판단하고 싶다. 세븐나이츠1에 빌붙어 이제 역대급 돈에 미친 게임을 만들며 시나리오 하나 클리어 할 때마다 "XX 시나리오 클리어 패키지"라는 돈귀신이 달라붙은 망작을 만들었다.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레디 플레이어원이 떠올랐는데 오아시스라는 순수한 게임세계에 돈을 개입하여 망치는 빌런 "놀란 소렌토"가 떠올랐다. 세븐나이츠1이 오아시스라고 한다면 이번에 만든 세븐나이츠2 제작진들은 놀란 소렌토가 만든 세븐나이츠라고 할까...
일단 모델링도 여태까지 봐왔던 거부감 느껴지는 양산형 3D(누구는 불쾌한 골짜기를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에 엄청나게 빈약한 스토리... 그리고 클리셰 덩어리에 이 게임의 시나리오나 기획을 한 사람은 제발 다시는 안썼으면 한다. 이오타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보낼 때에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휴대폰을 꺼고 싶을 정도였다.
세븐나이츠를 보면 게임은 온갖 현질 포인트를 찾기 위해 아둥바둥 되는 것 같다. 전세계적인 게임이 되려면 게이머들이 게임을 좋아해야 한다. 현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구독료 방식으로 가든 스킨을 사는걸로 가든 뭘하든 현질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
결국 게임에 현질하기 싫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부감을 심하게 느끼게 되고, 아재들만 게임에 남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한국도 세계적인(서양한테도 먹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제발 넷마블이나 NC와 같은 업체는 새로운 발돋움을 했으면 한다.
시대는 2020년대인데 2000년대 초감성으로 모든 것을 돈을 기반으로 만들지 말고, 기생충이 그렇듯 양쪽을 다 잡을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한국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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