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2마리 이상 키울려는 분들 (합사 과정)

    우선 이 포스팅을 쓰기에 앞서 우리 아이는 안그래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드리고 싶다.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는 환경 역시 동일하지 않고 가치관 역시 동일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일명 집사라는 삶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고양이랑 살고 있지만 고양이보다 내가 더 당연히 중요하며, 고양이에게는 편안한 자유만을 줄 뿐이다. 20평에 혼자 사는데도 고양이들 때문에 늘 집안이 좁다 생각했었는데 캣타워들을 치우고 고양이 용품들을 정리하니 집안에 여유가 생기면서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대로 다른 곳을 캣타워처럼 살아가는 것을 보며 내가 왜 이렇게 무리를 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필자는 일단 5년 넘게 키운 스코티쉬폴드 장모종(하이랜더 폴드) 남아가 있었고, 올해 초 러시안 블루 여아를 추가로 입양하였다. 예전부터 러시안 블루를 키웠던 적이 있었고, 그냥 고양이가 2마리가 있어도 힘들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다. 내가 워낙 고양이한테 무심한 탓에 고양이끼리 재미있게 놀겠지라는 생각이 컸었는데...

     

    이사 준비로 인해서 잠시 누나집에 수컷 폴드를 맡기고 2개월된 암컷 러시안 블루를 키우다가 2주 후에 합사가 이루어졌다.

     

    처음보는 내 고양이의 사나움

    간만에 집에 온 라이언(스코티쉬 폴드)은 자기 자리에 다른 고양이가 있는 것을 본 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아무리 새끼 고양이지만 널 죽인다라는 표정으로 노려보며 울어댔다. 그동안 10년 넘게 고양이를 키웠지만 내 고양이가 그런 표정과 소리를 낼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2개월이 갓 넘은 고양이한테 그런 행동을 하는지 라이언이 미웠었다.

     

    일단 분리시키고 있었는데 다음날 자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죽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언이 여아 고양이를 공격한 것이다. 다행히 발톱으로 공격하지는 않고 무는 정도였고 몸에 피가 나진 않았으나 죽어가는 소리에 깜짝 놀래 라이언을 혼내켰다. 그러자 라이언은 발톱을 세워서 내 발을 쳤는데 5년동안 처음으로 발톱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발에 피를 닦고, 라이언을 다시 격리 시키고 이 상황에 대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짜 둘이 싸울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가 이 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는데 내가 괜히 합사했나? 라는 생각에 엄청 후회하며 둘이 싸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무조건 떼어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암컷 러블이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사람에게 정을 붙이는 것이 강해졌다.

     

    시간이 약이라고?

    합사 과정 후기를 보면 처음에는 죽일듯이 싸우다가 나중에는 친해진다고 하는데 문제는 우리집 고양이들이 서열이 안 잡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암컷 러블이가 죽을듯이 힘들어하지만 자꾸 라이언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TV에 나온 고양이들을 보면 서열이 높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5년된 5kg이 넘은 수컷 고양이한테 1kg도 안되는 새끼 암컷 고양이가 지지 않고 계속 덤비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는 라이언의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도망가질 않나, 문틈 사이로 공격을 하질 않나 이러는 사이에 암컷 러블이의 덩치가 점점 커지면서 라이언이 100% 이기는 상황이 오질 않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5kg가 넘어가는 수컷 라이언이 이겼지만 라이언이 느린 한방이 있는 인파이터라고 한다면 암컷 러블이는 아웃복서처럼 수없이 라이언을 괴롭혔다.

     

    그러다가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날, 둘이 발톱을 세우면서 크게 싸웠는데 털로 몸을 방어하기 유리한 라이언과 러블이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라이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때 러블이의 콧잔등에 사선 자국으로 발톱자국이 생기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이후로 러블이가 발톱으로 덤비지 않아 위와 같이 심각하게 공격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서로 싸움을 안하는 것일까?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아직도 서로 우다다하며 공격한다. 최근 중성화 수술 때문에 러블이를 2~3일 정도 병원에 입원 시킨적이 있었는데 이때 라이언은 세상 평온한 표정으로 그르릉거리며 사람에게 다가왔고, 다시 러블이가 온 순간 폭력적으로 변했다.

     

    위 영상은 최근인데 이제 러블이는 날라다니면서 라이언을 공격한다.

     

    결론, 고양이를 위함이 아니다

    우리는 간혹 고양이를 위해서 한마리를 더 입양했다 이런 말을 한다. 문제는 맞을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맞을 경우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틀릴 경우 대책이 없다. 최악에는 파양을 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고양이에게도 상처도 기존에 있던 고양이도 스트레스고 파양을 결정하기까지의 묘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고양이를 한마리 더 키우는 것은 몇번이고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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